『탑(塔)』은 1942년 매일신보사에서 출간된 연재소설로 일제강점기 한 청년 ‘우길’을 통해 반봉건적인 세태적 가족사와 일본 세도가 지주와 피지배 하층민 사이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통사회와 시대적 변혁기의 여성 지위와 식민지하 몰락하는 지배층의 지배적 시련과 구속의 난세에서 해방과 근대적 신여성의 심리적 풍조를 그린 가족사 소설이다.
<서평>
이 작품은 한설야의 대표작으로 카프의 대표인물이면서 월북작가로 일제강점기 가족의 수난사를 그린 것으로 우길과 아버지 박 진사, 이순, 정순으로 연결되는 시대적 지주와 피지배 계급 간의 이질적 상관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봉건적 체계 속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박진사, 나약한 여성 이순은 이른바 시대의 신분적 현실을 잘 반영해 주는 일탈의 매개체로 대립적인 상징적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정월 한 달은 여자들도 좀 한가하였다. 설날부터 사오 일 동안은 물론이지만 그 뒤에도 마디좀(午日)은 일을 하면 일년 두루 마디마디 일이 막힌다고 놀고, 쥐날(子日)은 일을 하면 쥐가 꾄다고 놀고, 범날(寅日)은 일을 하면 범이 온다고 놀고, 보름이 지나 열엿샛날은 귀신날이라 해서 놀고, 그 뒤에도 오리날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날 일을 하면 그해 가을에 오리가 벼이삭을 훑어 먹는다고 해서 놀고, 놀 뿐 아니라 이날은 특히 저녁들을 일찌감치 해먹고 동리 소패들이 횃불을 들고 나가서 동리와 동리가 불쌈을 한다.
원필이는 그 정순이라는 여학생이 서울여자고등보통학교로 유학 간다는 말과 그 다음 두 학생도 역시 같은 학교로 유학 가는 모양이라는 말을 하였다.
우길은 희미한 중에 똑똑히는 보지 못했으나 얼핏 보기에도 그 정순이라는 여학생이 제일 이쁘다고 생각하였다. 관골이 조금 나오고 뺨이 조금 긴 듯하나 그래도 얼굴은 어린 우길이 맘에 어딘지 키이는 데가 있었다.
상도는 학교고 가정교사고 모두 뜻이 없었지만 그런대로 지나갔다. 그러나 갈수록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정순에게 대한 사랑이었다.
상도의 아버지 박 진사는 일찍부터 함경도 이원에 철광을 경영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발견해 가지고 그것을 박이 자금을 내기로 하고 공동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하나 자금이 부족한 관계로 크게 채굴도 못 하고 해서 이때까지는 미미한 광산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구주대전이 확대되는 데 따라서 자연 시세가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광산을 매매 붙이려는 거간들이 연일 싸대고 내지에 있는 큰 광업회사에서까지 현장을 시찰하였다.
그러나 박은 그것이 구주대전 때문인 것을 생각하느니보다 차라리 자기의 운이 강하고 재수가 센 까닭이라고 믿었다.
<본문 중에서>
작가소개
제1부 귀향
제2부 봄과 함께
제3부 아버지와 아들
제4부 잔치
제5부 색시들의 풍속
제6부 단발(斷髮)
제7부 아버지
제8부 황혼이 지를 때
제9부 귀화(鬼火)
제10부 마음의 싹
제11부 유학
제12부 승패
제13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