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破鏡)』은 1936년에 발표되었던 신문 연작소설로 이상적인 연애관과 사랑, 인습적 신여성의 유교적 결혼관, 저항과 의식을 담고 있는 장편소설로 결혼 현실에 순응하는 주인공 ‘현애’를 통해 애정문제의 대담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서평>
-본문 중에서
현애는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상호에게서 버림받을 것은 거울 속에 비친 낯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명백한 일이고, 따라서 자기라는 것이 아무 바랄 것이 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으로 M교수의 집으로 행하여갈 자동차 박휜 줄 알면서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더러운 몸이 된 이상 되는대로 살어가다가 죽어버리자!"
현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현애는 이렇게 하야 M교수의 집으로 오게 되었고 자기에게 대한 자포에서 결국은 오늘날까지 M교수와 동거를 하게 되었으며, 결국은 남들이 불러주는 것과 같이 M교수의 아내가 되었던 것이다.
현애가 사랑 없는 M교수에게 모욕을 당하야 잉태를 하였다하여도 자식과 사랑과를 너무도 동일시한데에 묵직한 쐐기가 있는 것이었다.
현애뿐이 아니라 여성의 그 약점, 정조관념과 잉태로 인하야 일어나는 사정을 이용하야 남성의 욕망을 채운일이 얼마였으며 얼마이며 얼마 것인가?
자식만을 위하야 사랑 없는 가정생활 저렇듯 부부생활의 계속은 죄악의 연장이며 지옥의 현실화다.
‘마지 못하야’ 이 말은 부부생활에서 걸어가던 이 얘기다. 현애가 M교수에게로 간 것도 이에 지나지 않었다. 절대적이요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을 버리고 ‘마지못하야’ 기러간 길에는 반드시 실증이 있으며 양심이 있는 것이었다.
* 엄흥섭(嚴興燮)(1906~?)
소설가
충남 논산 출생
경남 도립사범 졸업
1930년 ‘조선지광’에 소설 ‘흘러간 마을’로 등단
카프활동, 조선문학가동맹 활동
납북 작가
장·단편 소설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