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누리』는 1935년 ‘신가정’에 발표된 단편작(원제: 며누리)으로 주인공 며느리(선비)는 궁핍한 가정에서 자라나 부유한 집안에 출가한 여인으로 봉건적 유교 인습에 지배된 결혼생활의 슬픔과 비애가, 결국 운명의 비극적 원천으로 치닫는 사회적 배경을 그리고 있다.
순박하고 선량한 부성애와 남편에 대한 애정관에 집착한, 오로지 결혼생활의 가사노동으로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시집살이의 고된 이중적 잣대는 자신에게 차별과 파멸만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른바 연약하며 소박한 여성이 겪는 사회적 지위는 당시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봉건적인 여성의 지위가 갖는 비극을 삼종지의(三從之義)라는 것으로 다시금 회귀하게 하는 작품이다.
<서평>
-본문 중에서-
오늘도 오래간만에 경대에 비처보이는 선비의 얼굴은 흐리었다. 바른 하관과 번뜻하나마 오뚝한 코──전체로 갤춤한 모습이 삼 년 전과 그렇게 달라지진 않었겠지만 복숭아처럼 피어오르든 두 볼이 쪽 빠지고 거무스름한 눈썹에 수심이 어린 듯한 것이 마음에 안타까웠다. 남편이란 일 년에 두세 번 방학 때나 내려왔다가 불쑥 올라가 버리면 눈물로 공규(空閨)를 지켜가는 시집살이의 쓰라린 사정이야 다 말해서 무엇하랴마는, 작년 가을부터 첫 아이를 가지느라고 입맛을 잃고 노상 앓어누워서 자기 얼굴이 몰라보리만큼 파리해졌을 경대 속에서 찾아내고 자기 스스로는 놀래보는 것이다.
선비에게로 ‘행복’이 주어진다면 이러한 순간이리라.
꿈 많은 시골처녀는 자기의 모든 행복과 아름다운 기억을 이 장롱 속 비단옷가지의 갈피마다 차고 넘치게 담어가지고 가마에 태워온 것이다. 그러나 한번 시집온 후로 몇 번이나 이 ‘행복된 순간’이 선비에게 허락되었든가?──
자기를 위해서 아니 남편을 위해서──
*최인준(崔仁俊)(1912~?)
소설가
평양 출생
평양 광성보통학교 재학
동반작가
조선일보 ‘춘보’, 조선농민에 ‘대간선(大幹線) 등 발표
동아일보 ‘황소’ 당선 데뷔, 다수 편 신문 기고
대표 작품 암류(暗流), 춘잠, 폭풍우전 등 단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