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나 나상(裸像)』은 1938년 ‘청색지(靑色紙)’에 발표한 단편 작품으로 주인공 웨이트리스 ‘에레나’는 관능적이고 유혹적이며 아름다운 여성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뭇 남자들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대상이다. 화가인 김 선생은 누드모델 에레나를 흠모하는 연정의 환상은 심오하고 오묘한 벌거벗은 모습을 사랑으로 매료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더욱더 그 마음속 깊이 빠져든다.
<출판사 서평>
-본문 중에서
이쁘다 미인이다 속으로 외우며 그 현대 취미로 아래위를 아주 까맣게 감어버린 모양이 한없이 차밍하고 청신하다고 생각하였다.
순간 나는 내가 이 백화점 층계를 내려가서 전찻길을 건너고 나일에까지 이를 동안 그 새에 에레나가 나의 기다리고 있는 꼴이 보이지 않으므로 그냥 뛰쳐나가지나 않을까 이렇게까지 조급하여하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스르르 문을 열고 들어서니까 그는 삥긋 웃어 보이며 나를 맞이하여 나란히 앉았다. 쿠션이 푹석하고 쑥 들어가는 것이 유쾌한 감촉이었지마는 나의 심정은 어디인지 한 귀퉁이가 불안하여 흡사히 깊은 물웅덩이 속으로 나의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었고 그 깊은 물웅덩이는 에레나다.
나는 여전히 새까만 옷을 입고 유방과 배와 어깨, 허리, 궁둥이 이것들을 생긴 그 모양대로 드러내 놓고 있는 에레나를 다시금 바라보며 그의 벌거벗은 하얀 나상을 상상하여 보았다.
그럴 때 순간 나는 화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생각에 부닥치고 말었으니, ‘오오 사랑하는 에레나야 어디 보자. 내 너를 의심하야 그러는 것이 아니다. 들으니 남편을 갖고 어린아이까지 출산한 여인의 나체는 그렇지 않은 여인네와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이렇게 속으로 외우고 외우는 마음이었다.
* 안회남(安懷南)(1909~) 본명 안필승
소설가, 평론가
서울 출생
구한말 작가 안국선 아들
개벽잡지, 구인회 활동
193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발(髮)’ 입선 등단
조선문학가동맹 활동
월북 작가
대표작 온실, 연기, 농민의 비애, 탁류를 헤치고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