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노래』는 1923년에 발간된 번역시집으로 ‘우리나라 최초 창작 시집’이다. 9부로 나누어 83편의 작품을 실었으며 저자의 과거 2년 동안 공들인 시를 모은 것으로 서문은 이광수가 적었는데, 그는 작품의 저작 동기는 ‘우리 2천만 민족의 흰옷 입은 나라에 둥둥 떠돌며 몸에 와 닿는 것을 회포로 읊은 것’이라고 읊조리고 있다.
이전에 나온 작품 ‘오뇌의 무도(1921)’는 그의 ‘최초 번역시집’이며 현대시집으로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이것은 그를 대표하는 여러 편 시집 중 하나로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
<서평>
(제2부 해파리의 노래 중에서)
해를 여러 번 거듭한 지하의 최승구에게 이 시를 보내노라.
- 임금(林檎)과 복숭아
임금은 그 빛이 새빨갛지요,
그러고 복숭아도 그 빛이 새빨갛지요.
임금은 속 과육이 희지요
그리고 복숭아는 속 과육이 붉지요.
여기 임금과, 그러하고 복숭아가
다 같이 새빨갛게 익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요, 임금과 같이 새빨갛게 익은 그대의 맘.
그래요, 복숭아 같이 새빨갛게 익은 나의 맘.
그대는 임금, 그러고 나는 복숭아,
둘이 함께 읽어진 사랑의 혼을 찾습니다.
- 안동현(縣)의 밤
안동현에 하얀 눈이 밤새도록 내립니다.
곱게도 오늘 밤은 눈 위에 눕어 잠자코 있습니다.
볼수록 캄캄한 밤은 볼수록 희어만 집니다.
안동현에 뽀얀 불이 밤 깊도록 깜박입니다.
고력(苦力)는 오늘 밤도 눈 속에 헤매고 있습니다.
볼수록 희미한 불은 볼수록 꺼질 듯만 합니다.
* 김억(金億)(1896∼?) 호 안서(岸曙)
시인, 평론가
평북 곽산 출생
오산중학 졸업, 일본 게이오대 문과 중퇴
오산학교 교사, 동아일보· 매일신보 기자
‘학지광’ 8월호 ‘이별’시 발표 등단
‘태서문예신보’에 다수의 번역 시 발표
‘폐허’ ‘창조’ 동인, 에스페란토 보급에 공헌
납북 작가
대표작 최초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 <봄의 노래>, <민요시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