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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이야기 겸허

내가 검정 두루마기를 벗어놓고 좋은 양복을 입으며 다닐 때 유정은 아직도 때가 조르르 흐르는 남루를 걸치고 나타났다. 언젠가 한 번은 찾아와서 머리가 더붕하고 옷이 더러워서 어느 병원엘 갔다가 간호부에게 푸대접을 받았다구 하소연하였다.(어느새 그는 병원 출입이 잦았다!) 그때 쑥 들어간 두 눈에 비창하면서도 유순한 표정을 짓던 것이 지금도 잊어버려지지 않는다. 이런 비유를 말하는 것은 내 고인에게 대하여 죄 됨이 많을 지나 그것은 흡사히 충실하고 착한 개, 또는 약하고 순한 토끼, 이와 같은 동물이 불시에 변을 당할 때 짖는 종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정은 그처럼 겸손하였고 그처럼 선량하였다.<본문 중에서>
내가 검정 두루마기를 벗어놓고 좋은 양복을 입으며 다닐 때 유정은 아직도 때가 조르르 흐르는 남루를 걸치고 나타났다. 언젠가 한 번은 찾아와서 머리가 더붕하고 옷이 더러워서 어느 병원엘 갔다가 간호부에게 푸대접을 받았다구 하소연하였다.(어느새 그는 병원 출입이 잦았다!)
그때 쑥 들어간 두 눈에 비창하면서도 유순한 표정을 짓던 것이 지금도 잊어버려지지 않는다. 이런 비유를 말하는 것은 내 고인에게 대하여 죄 됨이 많을 지나 그것은 흡사히 충실하고 착한 개, 또는 약하고 순한 토끼, 이와 같은 동물이 불시에 변을 당할 때 짖는 종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정은 그처럼 겸손하였고 그처럼 선량하였다.<본문 중에서>
* 김유정(金裕貞)(1908~1937)
강원도 춘천 출생
휘문고보와 연희전문 문과 수학
구인회(九人會) 활동 동인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낙비》 로 등단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노다지》 당선
대표작 《동백꽃》《봄봄》 등 다수 단편소설

*안회남(安懷南)(1909~): 본명 안필승
소설가. 평론가.
서울출생
구한말 작가 안국선 아들
개벽잡지, 구인회 활동
193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발(髮)’ 입선 문단등단
조선문학가동맹 활동
월북 작가
장·단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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