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본: 『坂口安吾全集4』(ちくま文庫、筑摩書房)(白痴)
사랑이란 정신적 연결인지 육체적 연결인지, 애초에 사랑이란 무엇일까?
전쟁이 끝나갈 무렵, 영화감독의 견습생인 주인공 이자와는 뒷골목의 싸구려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집 미친 백치 아줌마와 밤을 지새우던 중 공습을 당해 밤거리를 헤매게 된다. 전쟁 중 궁핍한 생활로 일에 대한 열정을 잃고 내일에 대한 희망조차 찾을 수 없는 삶, 그 속에서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는 기쁨과 감동은 사람과의 관계, 죽음 앞에서도 살아남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면 허무로 돌아가는 전쟁이 주는 공허함을 느낀다.
주인공들은 모두 어딘지 모르게 길을 벗어난 사람들이다. 어리석게 색욕에 빠져드는 모습은 광기인지, 아니면 그냥 미친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리석다고 볼 수도 있고, 허망하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속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쟁 시기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남녀의 퇴폐적인 정사, 그리고 성애와 사랑의 상극을 그린 작품이다.
•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1906~1955) 본명 병오(炳五)
소설가
동양대학교 인도철학과 졸업
1931년 『風博士』, 『黒谷村』으로 문단에 등단
1942년 『日本文化私觀』, 『青春論』등으로 출간
‘살아라,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역설적인 도덕 평론 『타락론(堕落論)』(1946) 출간
소설 『백치(白癡)』(46), 『푸른 귀신의 속옷을 빨래하는 여자(青鬼の褌を洗う女)』(47) 등 발표, 전후 사회의 혼란과 퇴폐를 반영하는 독자적인 작품세계 구축
역사소설 『도경(道鏡)』(47), 추리소설 『불연속 살인사건(不連続殺人事件)』(47~48), 문명 비판적 수필 『안고항담(安吾巷談)』(50) 등